평범하게 죽고 싶었다. 19년 살면서 평범한 삶 한 번 가져 보지도 못했는데, 죽는 것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. 허공에 붕 뜬 운동화를 보며 곧 바닥에 처박힐 내 몸뚱이를 위로했다. 육교에서 떨어져 죽는 건 너무 가혹하다. 저 덩치가 넓은 어깨로 나를 치고 갔을 뿐인데 종잇장 같은 내 몸이 무슨 잘못이야. 시간을 돌리고 싶다. 신이 있다면 소원 좀 들...
사건 발생. 누가? 정윤오가. 언제? 2016년 XX월 XX일 밤 9시경. 어디서? 대한고 근처 골목길에서. 무엇을? 사람을. 어떻게? 후려 팼다. 왜? 그러게, 시발.
이 시대의 평화주의자는 말이 없다. 책상 위로 쌓인 무수한 빵의 세례를 바라봤다. 신종 괴롭힘 같은 건가. 알아서 빵을 갖다 바치는 풍습이 새로 생긴 걸까? 그게 아니라면 이 빵들은 도대체 왜 내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거지? 답은 간단했다. 학년이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생긴 소문들로 인해 나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. 자그마치 천 명이 넘는 고등학교에...
무명의 계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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